멈추어라, 순간이여!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2022.12.20. - 2023.04.09.
2023년 첫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엄마와 함께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에 다녀왔다.
프랑스 미술의 황금기 거장 마티스, 샤갈 등의 정신을 이어받은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1929년 프랑스 출생의 화가로 93세인 지금까지 현역 화가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은 1950년대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70년에 가까운 그의 화가 인생을 총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2차 세계대전 중 덩케르크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그린 11살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첫 작품으로 시작해,
한국 관람객에게 인사하는 94세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한국어 손글씨로 마무리된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총 120여 점의 유화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4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테마인 <축제로의 초대>에서는 음악, 서커스와 관련된 작가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몇 가지 색으로 생생한 음악과 서커스를 표현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두 명의 무용수를 그린 작품이었는데, 마티스의 '이카루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두 번째 테마인 <풍경이 말을 걸었다>에서는 사계절을 그린 그의 작품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사계절 중 여름을 제일 좋아하는 나는, 역시 여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름을 창문을 뛰어넘게 하는 계절이라고 표현한 작가의 말 그대로 여름을 그린 그의 작품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었다.
특히 '달빛 아래 수영'이라는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요소(여름, 수영, 달빛, 밤바다...)를 다 때려 넣어 취향저격...
또 작가가 가장 사랑하고, 마음과 꿈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많이 사용하여 활기차고 푸르른 청춘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와 달리 엄마는 파란색을 사용한 작품이 많아서인지, 노란빛의 그림들이 더 특색 있고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풍경화의 특징 중 하나는 풍경에 어우러진 말(馬)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고향인 소뮈르에는 국립 기마 학교가 있어 유년 시절부터 말과 가까운 곳에서 지냈던 그는 그림의 소재로 말을 자주 사용했다.
말이 등장한 작품의 수 만 봐도 말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만난 <그녀> 테마에서는 그의 부인이자 영원한 뮤즈인 샹탈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장소에서 여러 모습을 한 샹탈의 그림에게서 대상을 바라보는 애정과 그들이 함께해 온 세월이 느껴졌다.
사실 처음엔 작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하여, 전시 홍보물에 실린 샹탈의 그림을 보고 화가의 자화상인줄 알았다.
전시장에 방문하여 남자 작가라서 놀랐다고 하니, 엄마는 '앙드레'라는 이름이 딱 봐도 남자 아니냐며 면박을 줬다.ㅎㅎ
인생의 여러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지만 전시에서 샹탈의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
앙드레의 그림은 그저 회화일 뿐 자신을 모델로 했어도 그림 속 인물을 자신과 닮은 한 여인으로 본다는 내용이었다.
샹탈은 그림 속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마지막 테마인 <삶의 찬가>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 주제 없이
앞선 테마에서 봤던 음악, 풍경화, 샹탈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그린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삶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모습들만 남겨둔 듯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나도 내 인생에서 반짝였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 떠난 속초 여행에서 밤바다에 비친 달빛을 보며 좋은 노래를 들었던 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방문한 재즈바에서 감상한 낯선 이들의 연주,
어느 힘들었던 하루 끝 별똥별을 보겠다고 밤 11시에 꾸역꾸역 나가 나 홀로 공원 잔디밭에 누워있었던 일,
마음 맞는 사람과 공원을 끊임없이 돌며 재잘거리던 순간 등...
'주앙만의 불꽃놀이' 그림은 작년 여의도 불꽃놀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게 좋은 작품들을 모두 관람하고 나가는 길에 있던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손글씨 한 장 찰칵-
전시장 내부 촬영이 불가능하여, 전시장 끝 벽면에 그려진 이 사진 찍으려고 참 붐비던... 나도 줄 서서 한 장 찍었다. ㅎㅎ
"여러분, 사랑하세요~"라는 글에서 올해는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한 해를 살아야겠다고 나 홀로 다짐!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야 다른 이의 사랑을 받을 수도 줄수도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찍어준 소심한 나 홀로 전시 인증샷
기프트 샵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도 마음에 드는 엽서 3장을 골라 샀다.
의도치 않게 파란색이 들어간 작품들만 구매했네.
(+)
이번 전시는 도슨트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 나는 도슨트를 못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이후 앙드레 브라질리에에 조금 더 알아보고자 검색을 하던 중
'JTBC 상암동 클라스'에서 정우철 도슨트와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를 소개한 영상을 발견했다.
20세기 마지막 낭만의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 (정우철 도슨트)|상클 라이프
전시 관람 후 이 영상을 보니 작가와 그냥 쓱 지나갔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도슨트를 못 들은 분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 장르
- 전시/행사
- 기간
- 2022.12.20(화)~2023.04.09(일)
- 장소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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